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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3 23:31
1. 달걀후라이를 하러 달걀을 깼는데 이럴수가ㅋㅋㅋ 달걀이 얼어 있었어요.
 후라이팬을 굴러다니는 얼은 달걀ㅋㅋ 연기내며 익는거 되게 신기했습니다. 사진 찍어두는건데!ㅋ 식욕이 급했어요ㅋㅋㅋㅋㅋㅋ

2. 나카사키 짬뽕은 스프반에 국시장국이 진리! 부모님도 반한맛입니다ㅋ ....항상 라면먹을때 반을 상납해야 될 정도;ㅁ;ㅋㅋ

3. 이제 정신 좀 차려가네요. 내가 이럴때가 아니야...ㅠㅠ

4. 계절이 다가올때마다 슬슬 공포감이. 되게 재수없을법한 고민이 현실이 되면 그거 나름대로..응끼아아앗ㅋ

5.  축하합니다. 란 말은 할 수 있을떄 많이 하고 싶은데, 잊어버리는거 같아요. 
    축복하는거, 감사하는거, 잘될거라 격려하는거 그런거 많이 하는 사람 되고 싶은데...소인배는 어쩔수가 없을려나요. 에횽. 

6. 걸을 수 있을만한 곳에 가지 않은 길을 편한 운동화를 신고 가볼까 싶네요. 동네에서 길잃었던게 충격은 충격이었어요ㅋㅋㅋ아니 왜 길을 모르니ㅋㅋㅋㅋㅋㅋ

7. 확실히 길때문이라도 맛폰이 필요한데, 희안하게 사려면 살게 없네요. 싸질때 한방에 가고 싶은데ㅠㅠ

8. 슬슬 김장철이네요. 올해는 살살 해주시려나ㅋㅋ

9. 문득 과거를 돌아보면 참 많이 변했다 싶네요. 아닌거 같아도 참으로....ㅋㅋ싶네요. 좋, 좋은쪽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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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0 18:25

마우스가 삐꾸가 나버릴 줄이야!ㅋㅋ
덕분에 늦었습니다ㅋㅋㅋ
마우스님의 위대함을 절실하게 알았어요.

요즘 전 선물을 돌리고 있습니다.
아니 제발 받아주세요ㅋㅋㅋ 어떡해 이거 남아돌아ㅋㅋㅋㅋㅋㅋㅋㅋ

일가 친척 친구 지인분들 할거 없이 다 돌리고 있어요;ㅁ;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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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0 18:19

*

 

희한하게 대학에 와서는 나는 언제나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학창시절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생활고 때문에 묘하게 겉돌던 나에게는 큰 변화라면 변화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원치 않은 주목 때문도 있었다. 대자보가 붙은 이래로 누군가는 가끔 나를 보며 수군거렸다. 열이면 아홉으로 김동준을 욕하는 말이었지만, 열에 하나는 나에 관한 이야기였다.

뭐라고 하든 상관없었다. 가끔 흥미로운 평가도 있었지만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김동준의 스토커질도 나에 관한 이야기도 조용히 묻히기를 기다렸다. 있는 듯 없는 듯 가끔 학점이나 잘 나오는 그런 사람으로 남기를 바랐다.

대학생활은 별로 사건이 없는지 말은 점점 많아졌다. 나는 그 일에 관해 침묵을 지켰다. 그러자 학교이름을 딴 신문이니, 여성인권 단체에 사람들이 가끔 찾기도 했다. 좋은 말로 거절하기도 점점 성가시다 느껴졌을 때, 식당에서 미정이가 말했다.

아까 누가 교연이 찾더라.”

?”

윤혜가 질린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씁쓸하게 웃으며 빵 조각을 내려놓았다.

교연아 너 또 안 먹을 거야?”

생각하면 식욕이 없어져.”

망할 것들. 하여간 내버려 두질 않아요. 이번에는 또 어디래?”

나는 팩으로 되어 있는 커피우유를 삼키고 커다란 유리창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테이블과 의자가 가득한 식당은 널따란 면이 커다란 유리로 되어 있어서 한낮의 햇살이 여과 없이 들어왔다. 나는 ‘들어오지 마시오.’ 표지판이 붙어 있는 짙은 녹색의 잔디를 보고 싶었다. 찌는 듯한 태양빛 아래 더운 바람에 흔들리는 녹음을 보면 이 귀찮음이 조금 잊힐까 싶었지만, 내 바람은 유리창에 바로 선 여자애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었다. 워싱이 잘 되어 있는 핫팬츠와 화려한 무늬에 민소매 민소매를 입은 아이는 신경질이 났는지 바닥을 힐로 지지고 있었다.

더우니까 들어오는 게 좋을 텐데.’

식당도 그리 시원한 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땀은 나지 않았다.

어디인지는 얘기하지 않았어. 그런데 되게 인형같이 생긴 애였어.”

뭐야, 그게.”

나는 미정이를 바라보며 먹지 않아서 남은 빵을 한 조각 건네주었다. 벌써 정식 돈가스를 다 먹은 미정이는 내가 준 빵을 보기에도 맛있게도 냠냠 먹었다.

되게 마른 애였다. 피부가 하얀데 코가 높고 눈이 커서 인형 같더라.”

공주님 같은 애야?”

그런데 키가 커서 공주는 안될걸? 170은 되나?”

키 큰 공주님도 있을 수 있잖아.”

에이. 공주님은 작아야지.”

이상한 선입관이야. 꼭 공주 아니더라도 모델이면 괜찮지 않아?”

남은 한 조각은 윤혜의 차지였다. 나는 비어 버린 빵 봉지를 정리하며 물었다.

혹시 그 애 나시에 핫팬츠 입고 있었어? 힐 신고?”

, 어떻게 알았어?”

나는 쓰게 웃으며 유리창을 가리켰다. 유리창 너머에 여자애는 어느새 돌아서 있었다. 미정이 말대로 인형 같은 윤곽을 지닌 그녀는 나를 사정없이 흘겨보고 있었다. 나는 느긋하게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리창 때문에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아이의 입술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네가 반교연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정이와 윤혜에게 인사를 한 뒤 가방을 들자, 여자아이는 급하게 내가 있는 곳으로 뛰어들어왔다. 나는 빵 봉지와 빈 각을 던지고 헐떡이며 들어온 그녀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페미니즘 단체도 학교 신문도 아니었다. 한번 봤지만 기억하고 있었다.

인사말을 고르기도 어렵네.”

그를 처음 봤을 때 보았던 아이. 동갑인지 후배인지는 모르지만, 주인은 아버지라 불렀던 같은 학교 학생이었다.

적어도 동갑이니 반말도 괜찮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사람 별로 없는 카페는 내가 안내할게.”

 

*

 

연쇄점보다 천 원 정도 비싸지만, 원두 맛이 좋기로 유명한 카페는 약간 어두운 조명과 레코드판을 틀어주는 곳이었다. 별로 유명하지 않아 언제나 적당히 사람이 있었고, 주인도 카페도 다 느긋한 편이라 오래 앉아 있기 좋은 곳이었다.

초록색 벽에는 붉은색 그림들이 쭉 걸려 있었다. 나는 핀 라이트를 받아 반짝거리는 노을지는 거리의 유화 그림을 바라보며 주문하러 다시 일어났다. 여자애는 자리가 못마땅한지 소파에 일어났다 고쳐서 다시 앉았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생각은 한번 해봤었다.

혹시나 시간이 지나면 그때 보았던 아이가 날 찾아올 수도 있겠지.’

자랑스럽게 주인이 아버지라 말했던 그 여자아이가 자기보다 몇 살 차이 안 나는 어린 창녀를 보며 무슨 말을 할이지 모르지만, 적어도 아름답고 고운 우리말은 아닐 거라 어겼다. 육탄전도 고려해야 하나 반 농담처럼 생각했는데, 그날이 실제로 올 줄이야.

나는 꿀이 들어 있는 아이스 라떼와 블랙커피 한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아이스 라떼를 낚아채듯 자기 몫으로 가져가고는 마음에 안 드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몇 살이냐고 물어도 돼?”

두 살 아래.”

나는 찬찬히 앞에 있는 아이를 관찰했다. 높은 콧대에 진하게 진 쌍꺼풀, 하얀 피부가 예쁜 아이였다. 귀에서부터 이어지는 턱선이 서양의 귀공녀처럼 약간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게 했다.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느껴졌다. 미정이 말이 맞았다. 소파에 약간 넘치는 길게 쭉 뻗은 다리도 곧고 보기 좋아서 모델이라 해도 어울렸다.

날 어떻게 알았어?”

할아버지 보고서 훔쳐봤어.”

할아버지?”

이만제 회장. 내 할아버지이자 다진 그룹 회장.”

갑자기 쏟아진 정보에 조금 당혹스러워서 나는 멍하니 눈만 깜박였다. 기업 ‘회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보고서’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뭐야. 너 아버지가 어디에서 일하는지 몰랐어?”

다진 그룹이겠지.”

너 지금 안 거지?”

주인이 후계자나 그의 준하는 위치야?”

나는 최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몇 번밖에 못 들어왔던 그의 업무량을 생각하며 물었다. 아이는 내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은지 입을 꼭 다물었다. 침묵은 동의였다. 나는 어렵지 않게 내가 제대로 짚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아빠 옆에 있던 거야?”

나는 묻지 않았고, 그는 알려주지 않았어.”

내게 허락된 것은 그의 집이었다. 속물적으로는 카드와 학비, 냉장고에 가득 찬 고급스러운 음식이 있었지만, 사실은 그 공간이 주인과 이어진 전부였다.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머그잔을 두 손으로 꼭 쥔 채 살짝 입가를 끌어당겼다. 커피 향이 기분 좋았다. 나는 더럽게 강해진 이후로 더는 혼란스럽지 않았다.

너 아빠 전용 창녀라며?”

비슷해.”

아빠 옆에서 꺼져. 더러워.”

아이는 나에게 산더미 같은 정보를 준 채, 이제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나는 입가를 내리지 않은 채 다시 찬찬히 두 살 어린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주인을 아빠라 부르는 아이는 다시 보아도 여전히 예쁜 아이였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관찰했다. 이마부터 눈썹, 눈부터 코. 볼과 입매, 입술색과 피부색까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너 주인과 피는 이어지지 않았구나.”

굳이 나이를 세어보지 않아도, (생각해 보니 그의 나이도 모르지만) 이 아이는 아름답다는 말이 무색하게 요염한 그의 이목구비를 어느 한구석 닮은 곳이 없었다.

-

순간 고개가 돌아간 채 어깨가 의자에 부딪혔고 곧 뺨이 얼얼해졌다. 천천히 볼에 손을 대 보자 뜨거운 열기가 욱신거리며 올라왔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새삼스럽지만 너무 이유가 많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난 아빠 딸이야! 엄마랑 결혼했으니까!”

, 그래?”

우리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아? 다진 그룹에 하나밖에 없는 딸, 이제아! 아름답고, 현숙하고, 능력 있고! 너 따위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혈통부터 뛰어났어.”

..........”

뭐랄까. 엄마 아빠를 자랑하는 유치원생 같달까. 괜스레 어린 아이에게 심한 짓을 한 거 같아 양심에 가책이 느껴졌다.

꺼져! 유희가 못 있는 그 집에 어째서 너 따위가 있는 거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주인과 다르게 앞에 있는 아이는 순진하기 그지없었다. 저러면서 또 다른 정보를 덥석 내주다니, 순진하기도 하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같이 살진 않았어?”

고풍스러운 서향 인형처럼 예쁜 아이가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름이 유희구나. 새삼스럽지만 예쁜 이름이었다.

아빠는 쉬고 싶다고 했어.”

, 이 아이가 있으면 쉴 수 없다는 말이었다. 하긴 주인의 성격에 이런 아이는 번거로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유희는 착하니까 아빠 쉬게 하고 싶었어. 그래서 할아버지랑 같이 사는 거야.”

저런, 보고 싶겠네.”

맞아. 할아버지랑 가끔 보지만 보고 싶어. 어제도 봤어. 유희는 아빠랑 보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하지만 아빠는 할아버지 명령이면 뭐든 따르니까.”

명령?”

할아버지가 고아인 아빠 키웠으니까. 은혜 입은 할아버지 명령은 뭐든 다 듣는 게 당연하잖아.”

순간 머릿속에 벼락을 맞은 거 같았다. 명령을 들어? 그가? 그 주인이?

나는 불연 듯 어제 그의 피어싱 구멍과 찢어진 귀가 생각났다. 주인은 귀를 뚫는 것도, 그 뒤에 소독하는 것도 퍽 능숙해 보였다.

키웠다면 어렸을 적부터? 그러면 그의 귀를 그렇게 만든 사람은 누굴까?

-복수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내 모든 것입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자, 숨이 막혀 올 거 같은 괴로움인 제 모든 것입니다. 검집은 고혹스레 아름답게 치장했지만 녹슬어 버린, 그런 주제에 뽑아보면 날카롭게 벼린 칼날처럼 찬란하지만 추한 그런 복수입니다.

나는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잔이 아직 따듯할 정도로, 시간은 별로 지나 있지 않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어처구니없는 걸 알아 버렸다.

이렇게 쉽게 알아도 되나?’

나는 잔을 놓고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단지 조금 어수룩한 아이 때문에 알 사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가설이 수면으로 삐죽 드러났다.

내가 아는 주인은 절대 다가갈 수 없는 남자였다. 아름다운 외모와 미소의 거리도 있지만, 그의 말과 태도도 섬세하게 날카로웠다. 그는 검집이라 표현했지만 난 항상 주인이 부드러운 천에 둘러싸여 있다 생각했다. 화려한 자수와 빛나는 무늬로 치장된 아름답고 부드러운 비단에 숨어 있는 예리한 칼날. 그 날카로움은 오로지 주인이 고혹스레 웃을 때만 언뜻 내비쳤다.

그런 그가 누군가의 명령에 무엇이든지 따를 수 있을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키워드 몇 개로 답이 쉽게 나왔다.

명령’ ‘명령하는 자’ ‘회장’ ‘다진 그룹 회장 이만제.’ ‘독재자’ ‘입양’ ‘은혜’ ‘상처’ ‘학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복수’

아마도 그의 전 아내 ‘이제아’ 와 앞에 있는 유희라는 아이는 잔가지였다. 주인이 별로 신경 쓰는 거 같지 않았으니까. 만약 이제아가 중요하다면 앞에 있는 이 아이와 떨어져 지내지는 않았겠지.

기가 막혀 실소가 나왔다. 가정하는 버릇이 없더라도 이 정도면 너무 정확해서 어이가 없었다.

내가 알아도 될까?’

그가 옆에 있다면 물어보고 싶었다. 이거, 내가 알아도 되나요. 주인? 당신이 알려주지 않은 것인데?

고마워.”

뭐가.”

여러 가지가. 나 일어나야 해. 급하거든. , 혹시 날 꺼지게 하고 싶으면 나한테 얘기하는 것보다 주인에게 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핸드백을 집어 들고 잔을 정리했다. 반도 넘게 남아 있는 커피가 넘실대며 흔들렸다.

난 꺼지고 싶어도 못 꺼지는 입장 같거든. 그럼 이만.”

난 잔을 카운터에 올려놓고, 뛰다시피 걸어갔다. 등 뒤에서 유희라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난 지금 시각이 없었다. 카페 문을 닫았을 때 이미 내 머릿속은 다른 것으로 꽉 차 있었다. 얼른 주인의 집에 가 확인할 것이 있었다.

 

*

 

이 집에 온 지 거의 다섯 달이 되어 갔지만, 방을 다 열어 본 적이 없었다. 침실과 나에게 주어진 끝쪽 방, 서재와 부엌 모랫빛 커튼이 나풀거리는 거실이 다였다. 다섯 달이 넘어서야 이 집에 방을 차례대로 열어 보게 되었다. 방은 총 여덟 개였고 두 개는 빈방이었다. 세 개의 공간은 내가 알고 있으니 결국 모르는 것은 두 개의 방이었다.

한 개의 방을 열었다.

기다란 손잡이를 잡고 내리자 화려한 융단이 깔린 곳이 드러났다. 겹겹이 쳐진 호화로운 자수에 박힌 보석이 햇살에 반짝거리자, 낯선 문양의 장식품들이 줄줄이 어둠에 내려앉았다. 나는 코끼리 문양에 도자기 장식품을 만져 보았다. 등에 인도왕족을 태운 코끼리는 코를 든 채 초록빛 보석으로 장식된 어금니를 위풍당당하게 세우고 있었다. 매끄러운 감촉을 느끼며 장식품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리고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다.

장식품들은 다 눈이 없었다.

이국적인 인도 옷을 입은 무희들도, 코가 긴 남자들도 다 눈이 가리어져 있거나 지워져 있었다. 심지어 눈으로 보이는 보석이 빠져 있기도 했다.

이렇게 빛나는 것들이 다 그랬다.

화장대로 보이는 좌식으로 되어 있는 페르시아풍의 탁자를 보자, 난 이 공간이 누구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융단을 젖히자 비닐로 포장돼 있는 옷이 겹겹이 쌓아져 있었다. 심지어 탁자 위의 화장품도 그대로 있었다. 이제아. 그녀의 공간이었다. 시간이 그대로 멈춰져 있는, 호화로운 방.

나는 다시 둘러보았다. 화려한 장식품에 이렇게 꽉꽉 채워져 있는데, 막상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깊숙한 곳에 있을까 싶어 낯선 서랍을 열어보아도 텅 비어 있기만 했다.

나는 거울을 찾았다. 거울의 침실을 만들어 낸 그녀라면, 이곳도 거울로 가득 차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곳은 영화 속 세트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침상이 있을 뿐 거울은 하나도 없었다. 화장대 서랍에 작은 손거울 하나만 뒤집혀 있을 뿐이었다.

눈이 없는 장식품과 거울이 없는 공간.

천장을 꽉 채운 거울이 있는 침실.

이국적인 아름다움과 화려함으로 치장되어 있지만 지독히 쓸쓸한 방.

나는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나머지 한 곳을 확인해 봐야 했다. 천천히 걸어서 마지막 방에 도착했을 때, 왠지 모르게 가슴이 크게 뛰었다. 나는 손잡이를 잡으며 이상한 바람을 토해냈다.

차라리 잠겨 있었으면. 닫혀 있어서 들어갈없으면…….’

하지만, 손에 힘을 주자 손잡이는 움직였고, 문은 달칵거리며 너무나 쉽게 열렸다. 나는 작은 한숨을 쉬며 안으로 들어갔다. 한낮임에도 검은 암막 때문에 어둡기 그지없었다. 나는 스위치를 눌렀다. 곧 어두웠던 곳은 환한 빛으로 가득 찼다.

아…….”

작은 신음이 나왔다. 이 집에서 제일 넓은 공간이었다. 거실을 고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순간 여기가 집이란 것도 잊을 정도였다. 이곳은 룸이 아니었다. 오히려 미술관에 가까웠다. 새까만 벽에는 커다란 액자가 빽빽이 자리 잡고 있었고, 바닥은 체스판 같은 까만색과 하얀색의 교차로 놓인 타일이었다. 천장에 일렬로 놓은 핀 라이트는 벽에 있는 액자를 비추었다. 나는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커다랗게 확대된 사진들이 호화로운 액자에 넣어져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학교 사진처럼 보였다. 여러 명의 아이가 모여서 몇 명은 그네를 타고, 몇 명은 정글짐에 매달려 웃고 있었다. 비슷한 사진 여러 개를 보고 나자, 그곳이 학교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청솔 보육원. 입구 쪽에서 찍힌 사진 현판에는 굵은 글씨로 그렇게 쓰여 있다.

사진 속에는 주인이 있었다. 하지만 외국 아이처럼 약간 밝은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 주인은 눈을 크게 뜨고 또래 아이들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보육원의 사진이 끊기고 나온 것은 넓고 화려한 저택 거실에 서 있는 주인의 독사진이었다. 영국 사립학교의 교복처럼 짧은 반바지와 긴 양말을 신은 그가 불안한 듯 카메라 렌즈를 보고 있었다. 입술이 붉고 하얀 피부를 가진 정말 너무나 예쁜 소년인 탓에, 아이의 불안함이 한눈에 전해졌다.

사진 속에 그는 점점 자라갔다. 어느 순간 그의 눈은 착 가라앉았다. 사진은 독사진이 많았지만, 가끔 몇 살 많아 보이는 소녀도 같이 찍혀 있었다. 어린 주인과 마찬가지로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여자애는 토끼 인형을 안고 세상을 쏘아 보고 있었다. 난 그 소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척 봐도 턱 주변이 낮에 보았던 아이와 많이 닮아 있었다.

다음 사진에는 주인이 중학생 정도 되었을 때 한 노인이 화려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전체적으로 지독한 추남에 고집스러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휘어진 콧대에는 큰 점이 있었고, 눈가의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회색빛으로 푹 꺼진 볼은 무섭기까지 했다. 그늘져 일그러진 눈빛은 휘 번뜩했다. 내가 놀란 것은 그렇게 지독한 노인이 무릎에 주인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의 거친 손이 반바지를 입은 소년의 다리에 닿고 있었다.

요염할 정도로 아름다운 소년과 추한 노인.

너무나 극명한 차이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머릿속에는 페도필리아, 아동범죄 같은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증거 없는 쓸데없는 가정이야.

다른 사진 속에서 주인은 더 자라갔다. 하지만 그 사진을 끝으로 아름다운 그는 세상의 모든 단맛이 혀끝에 맴돌 듯한 아름다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달콤하게 베일 듯한 그 웃음.

유학생활로 보이는 사진도, 다시 돌아와 아까의 노인과 몇몇 남자들 그리고 그대로 자란 듯한 이제아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도. 주인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어느덧 주인은 내가 아는 모습으로 변해 검은 턱시도를 입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이제아가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있지만, 도저히 신랑과 신부라고는 볼 수 없었다. 둘 다 서로 바라보고 웃고 있지만, 감정은 없었다.

결혼사진을 끝으로 더는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넓은 공간에 고풍스러운 궤짝이 있었다. 나는 금속 열쇠를 비틀었다. 거친 소리와 함께 궤짝을 열자 스무 개정도 되는 귀걸이가 아무렇게나 들어 있었다. 나는 귀걸이 하나를 들어보았다. 날카로운 침으로 되어 있는 작은 귀걸이에는 말라붙은 피가 묻어 있었다.

손이 떨려 왔다. 귀걸이를 넣고 궤짝을 다시 닫았다. 입을 막아보았지만 신음이 나오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서둘러 다시 사진을 확인했다. 작았던 주인과 지금의 주인을 확인하니 어렸던 주인에게는 한둘씩 귀에 구멍이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 작은 보석 같은 귀걸이는 그가 결혼하기 전 사진의 절정이었다. 그때의 주인의 귀에는 엄청난 구멍과 그것을 채운 피어싱이 있었다.

-억지로 구멍을 뚫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귀걸이가 없어진 것은 그의 결혼사진뿐.

나는 체스판 같은 타일 바닥에 주저앉았다.

- 살아가는 일 분 일 초, 습관보다 지독해서 공기같이 느껴지는 복수가 있다면 어떻습니까?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고, 알면 알수록 질척해지는 그런 복수가 숨 쉴 때마다 목을 눌러 온다면 당신도 나처럼 될 것입니다.

당신은 그랬던 걸까. 그래서 이렇게 웃는 걸까.

타일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숨소리도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입을 막고 고개를 숙였다. 흩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그의 사진들이 너무나 잔혹해서 다시 볼 수 없었다.

그의 복수에 관한 큐브 퍼즐이 다 맞춰졌다. 달카닥거리며 한 면을 온전한 색으로 맞춰진 퍼즐은 빛을 받으며 반짝거렸다. 가슴 아픈 사실 때문에, 난 차라리 큐브 퍼즐이 맞춰지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나는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에 힘이 없지만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그렇게 힘들게 일어났을 때 열린 문 사이로 한 인영이 보였다.

이곳에 있었습니까?”

남자라고는 무색하게 섬세한 얼굴을 가진 미인. 귀를 덮는 듯한 약간 긴 머리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직 그치지 않은 눈물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천천히 걸어갔다. 흔들리는 머리카락과 흐르는 눈물의 세계였다. 몇 걸음 가자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그의 몸에 쓰러지듯이 기대며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갔다.

확인하고 싶어서 확인했어요.”

나는 그의 다리에 기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런 것인지 몰랐어요.”

어째서 당신은 이런 삶을 산 걸까. 어린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밝게 웃던 소년이 겁에 질리고, 그 뒤에 표정이 없어졌었다.

더 잔혹했겠죠.”

차마 생각도 할 수 없는 잔인했겠지. 그래서 당신은 웃었겠지. 귀에는 수많은 작은 보석을 달고, 그렇게.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쓸 대 없는 생각을 한 거라 여기고 싶은데…….”

그것이 아닌 거 같아요. 너무나 확실하게 다 맞는 거 같아. 슬프지만 모든 게 다 사실 아닐까.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아.

주인은 천천히 내려앉아 다리에 기댄 나를 안아 들었다. 나는 그의 품에서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주인은 눈물을 닦아주었다. 부드러운 손길은 여전했다.

당신은 자주 웁니다. 처음 제가 당신의 안에 처녀지를 밟았을 때도 울었습니다.”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그는 내 어깨를 감싼 채 천천히 그 방에서 걸어나갔다.

정말 곤란해. 차라리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울었더라면 울음이 헤프다 여기면 그뿐인데…….”

방문이 닫히고 그는 다시 걸어갔다. 거실 나무 바닥이 움직이고 잠깐 멈춰 섰다, 익숙한 카펫이 보였다.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그와 내가자는 침실이었다.

너는 고통도 울음도 잘 참는 아이였지? 혼란도 잘 견디고 혼자 피임을 할 만큼 경우도 밝고, 대처도 똑똑히 하는…….”

그는 침대 위에 나를 내려놓았다. 나는 얼굴을 감쌌고 손으로 가렸다. 거울 속의 그의 얼굴도, 앞에 있는 주인도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런 애가 어째서 이렇게 우는 걸까. 그것도 나를 위해.”

그는 나를 팔 안으로 안고 침대 위로 내리눌렀다. 나는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졌지만, 그는 팔의 힘을 풀지 않았다.

교연아. 내가 발견한 사랑스러운 아이야.”

몸이 떨려왔지만 춥지 않았다. 그의 온기가 너무 따듯해서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혼자인 내가 제일 필요한 것은 이것이지 않았을까. 명문대학생의 입장도, 그 뒤 이어질 직업도 아닌, 그저 누군가의 온기.

위험할 때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울고 있으면 누군가가 안아줬으면.

호화로운 집도 이어지는 수많은 명품도, 편안한 삶도 돈도 아닌 그저 온기.

이렇게 일그러진 형태로 얻을지 몰랐던 온기.

당신을 위로해 주고 싶어.’

그런다고 주인의 상처가 아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설픈 말이라도 하고 싶어. 하지만 머릿속에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고운 채에 거리는 낱알들 마냥 고르고 고른 말을 해주고 싶은데 슬퍼서 생각이 나질 않아.

나는 눈을 감았다. 새까만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젖은 숨소리와 떨리는 몸은 여전히 그가 안고 있었다. 안는 주인의 손에 나는 작게 키스했다. 사랑스러운 것은 내가 아니라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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